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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억을 깁는 디아스포라의 샤먼, 작가 제이디 차

한국의 무속신앙과 해양 생태계,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엮어 인간과 자연, 단절된 존재들이 다시 만나는 세계를 상상하는 예술 세계.

  • 어둠 속에서 조개껍질에 귀를 기울이며 고래의 울음소리와 잊힌 조상들의 노래를 듣는 작가.
  • 서구 현대미술의 한복판에서 한국의 무속신앙과 디아스포라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엮어낸다.
  • 회화와 조각, 사운드가 어우러진 다감각적 설치 공간을 통해 인간과 자연, 기억과 망각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제이디 차(Zadie Xa, 한국명 차유미)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리는 더 이상 눈으로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 머물지 않는다. 천장에 매달린 1,000개가 넘는 황동 방울로 이루어진 샹들리에 형태의 조각 〈고스트(Ghost, 2025)〉. 소라 껍데기의 형상을 이루는 이 작품은 한국 무속의 의례용 방울과 조개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접촉에 반응해 소리를 낸다. 그 아래를 거닐다 보면 일상의 감각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198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는 한국의 문화적 뿌리와 해양 생태계,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풀어내며 국제 현대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과 2025년 터너상(Turner Prize) 최종 후보 선정은 그녀의 작업이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녀의 작품은 어떤 점에서 특별할까. 그중 하나는 이민과 디아스포라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상실과 불안, 문화적 단절의 감각을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공간적 경험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강렬한 색채의 회화와 조각, 속삭임과 한국의 무속 음악을 연상시키는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전시장은 하나의 감각적인 서사 공간으로 변한다. 조개껍질 형태의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면 파도와 바람, 고래의 휘파람 소리, 모스 부호의 신호음 등 서로 다른 소리의 층위가 펼쳐진다. 익숙한 자연의 소리와 해독하기 어려운 신호가 한 공간에 공존하면서 관객은 눈앞의 형상을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소리와 기억,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작품은 잊힌 목소리를 다시 들으려는 시도이자,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고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된다.

이러한 작업을 회화나 조각이라는 개별 매체의 범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제이디 차는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사운드와 퍼포먼스, 섬유 예술, 영상 등을 결합하고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 공간으로 구성한다. 이를 다감각적 서사 설치미술(Multisensory Narrative Installation)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작가가 공식적으로 규정한 장르명이라기보다 그녀의 작업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표현이다. 캔버스 안에 머물던 이미지와 이야기가 공간 전체로 확장되면서 관객은 작품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대신 그 세계의 일부가 된다. 작품의 의미는 눈앞의 형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공간을 이동하고 소리를 듣고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도 만들어진다.

그녀의 작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별칭을 붙여본다면, '기억을 깁는 바다의 샤먼'이 어떨까. 한국의 무속적 상상력과 신화적 존재들, 해양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연결하는 그녀의 작업은 단절된 기억과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상상하게 한다. 바리공주와 마고할미 같은 한국의 신화적 존재들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특히 바리공주는 무속신앙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작가는 이 인물을 통해 삶과 죽음, 영적 세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또한 서로 다른 천 조각을 이어 하나의 면을 만드는 보자기와 퀼트처럼, 그녀는 태평양 북서부의 장소성, 한국의 민속적 상상력, 디아스포라의 파편화된 경험을 한데 엮는다. 실제로 그녀의 회화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천 잇기와 퀼트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구성도 등장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문화와 기억은 어느 한쪽으로 흡수되지 않은 채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녀의 작업에서 한국적 뿌리와 생태학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계 캐나다인이라는 문화적 배경은 그녀의 작품을 읽는 중요한 맥락 중 하나다. 서로 다른 문화와 기억이 만나는 지점에서 정체성은 단일한 소속이나 고정된 기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하고 관계 맺는 과정으로 드러난다. 밴쿠버를 포함한 태평양 북서부의 환경적·문화적 맥락과 해양 생명체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문화적 탐색과 맞물린다. 2021년 작품 〈The Word for Water Is Whale〉에서는 한국 신화의 마고할미와 암컷 범고래를 연결해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가 드러난다. 마고할미와 범고래를 나란히 놓고 바라보면 생명을 돌보고 지식을 전승하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두 존재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생태계에 속한 존재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방식에 가깝다. 이질적인 문화적 기억을 연결하는 그녀의 작업은 멀리 떨어진 뿌리를 단순히 되찾으려는 시도라기보다 그 뿌리와 현재의 삶이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녀의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거대한 상상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에서는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를 연상할 수 있다. 다만 두 작가가 구축하는 세계의 정서와 상징은 서로 다르다. 보스의 작품이 종교적 도덕과 인간의 욕망, 죄와 심판을 둘러싼 복잡한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면, 제이디 차의 작업은 한국의 무속적 상상력과 여성 중심의 서사, 비인간 생명체와의 관계를 통해 다른 존재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탐색한다. 그녀의 세계에서 바다와 고래는 인간의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기억하고 관계 맺는 존재로 상상된다. 이러한 차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과 예술이 상상하는 공동체의 범위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성 초현실주의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과 도로시아 태닝(Dorothea Tanning), 그리고 작가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의 작품에서도 그녀의 작업과 나란히 놓고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의 익숙한 질서를 벗어나 신비와 영성,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상상했다. 제이디 차의 작품 역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 중심적 시선과 문화적 경계를 흔든다. 다만 이러한 유사성이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작가들이 예술과 문학을 통해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기존의 질서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존재와 경험에 자리를 내어준다는 점이다.

제이디 차의 작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예술을 만들어가는 협업의 과정이다. 오랜 협업자인 베니토 마요르 바예호(Benito Mayor Vallejo)를 비롯해 무용수와 음악가 등 여러 창작자와의 교류는 예술을 한 개인의 성취로만 바라보지 않게 한다. 두 사람은 설치와 회화,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협업해 왔으며, 〈고스트〉를 포함한 2025년 샤르자 비엔날레 설치 작업 역시 공동의 창작 과정에서 탄생했다. 서로 다른 감각과 경험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그녀의 예술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관점에서 그녀의 작품은 환대(Hospitality)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환대란 단순히 누군가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태도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존재가 차이를 지닌 채 함께 머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작가가 직접 내세운 개념이라기보다 그녀의 작품을 읽는 하나의 비평적 관점이다. 제이디 차의 설치 공간은 관객에게 익숙한 세계의 경계를 잠시 벗어나 다른 존재의 감각과 기억을 상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의 작업이 화이트채플 갤러리와 같은 주요 미술 기관에서 전시되고, 2025년 터너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은 일은 이러한 예술적 질문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 더 넓은 관객과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제이디 차의 전시장을 나서며 문득 뒤를 돌아볼지도 모른다. 천장에 매달린 황동 방울과 바다의 기억을 불러오는 작품들은 그 자리에 남아 있지만, 그 공간을 지나온 우리의 감각에는 작은 변화가 생긴다. 어쩌면 조개껍질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실제로 잊힌 목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듣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들으라고 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흩어지고 파편화된 기억을 모아 새로운 이야기로 엮어내는 제이디 차의 작업은 한국과 캐나다, 영국을 잇는 문화적 경험을 넘어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사이의 관계를 되묻게 한다. '기억을 깁는 바다의 샤먼'이라는 별칭이 어울린다면, 그것은 그녀가 모든 상처를 마법처럼 치유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단절된 존재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세계를 예술로 상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되었으며, 관리자의 부분적 수정 및 검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