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혜전 윌즈

캐나다라는 거대한 땅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체성’은 때로 풀리지 않는 숙제 같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 갓난아기 때 캐나다 백인 가정으로 입양된 제니 혜전 윌즈(Jenny Heijun Wills) 작가의 삶은, 이민자들이 겪는 문화적 단절과 소외감을 가장 예리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로 대변해주고 있다. 현재 위니펙 대학교 영문학 교수이자, 캐나다 논픽션 분야의 최고 권위인 ‘힐러리 웨스턴 라이터스 트러스트 상(Hilary Weston Writers’ Trust Prize)’을 두 번이나 수상하거나 최종 후보에 오른 그녀는 우리 공동체의 커다란 자부심이다. 그녀는 파편화된 자신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그 깨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빛나는 황금을 만들어냈다. 오늘은 그녀의 대표작인 회고록 "언니. 불필요한 친척"(Older Sister. Not Necessarily Related)(2019)와 최신 에세이집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Everything and Nothing At All)(2024)을 통해 우리가 가진 상처가 어떻게 긍지가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먼저 이야기할 책은 2019년에 세상을 놀라게 했던 회고록 "언니. 불필요한 친척"이다. 이 책은 서른을 앞둔 작가가 서울에서 생모와 생부, 그리고 동생들과 재회하며 보낸 4개월의 기록이 담겨 있다. 캐나다 문단은 이 작품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는데, <글로브 앤 메일>은 이 책을 “2019년을 형성한 100권의 책”으로 선정했고, CBC는 “최고의 캐나다 논픽션”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6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힐러리 웨스턴 상 심사위원들은 “세밀하고 솔직하며,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성장”이라는 평을 달았다.
그로부터 5년 뒤, 작가는 더욱 깊어진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으로 다시 한번 우리를 찾아왔다. 이 책 역시 2024년 힐러리 웨스턴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그녀가 캐나다 최고의 지성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작가 조슈아 화이트헤드(Joshua Whitehead)는 이 책을 “필수적인 지적 문서”라고 불렀고, 마테아 로치(Mattea Roach)는 “국제 입양인 경험의 독보적 표현”이라며 극찬했다. <글로브 앤 메일>과 CBC 역시 이 에세이집을 2024년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국제 입양인이자 퀴어, 그리고 부모로서 자신의 다중적인 정체성에 주목하고 있다. 타이틀인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은 입양인들이 느끼는 근원적인 모호함을 상징하는데, 가족과 혈연,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때로는 모든 것 같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 위태로운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섭식장애를 “타인에게 먹이는 사랑의 언어와 자신의 몸을 소멸시키려는 욕망 사이의 충돌”로 해석하며, 자신의 상처를 문학 비평과 문화 연구의 차원으로 끌어올려. 한국의 할머니, 테레사 학경 차, 에밀리 브론테 같은 문학적 선구자들의 이름을 불러내며 그녀는 자신의 분열된 자아를 하나의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엮어냈다. 평론가들은 그녀가 고통스러운 지식의 축적 과정을 거쳐 “값비싼 황금(Priceless Gold)”을 빚어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