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박

열 살 소녀는 나이아가라폭포와 러시모어산을 가로지르는 갈색 밴의 뒷좌석에서 글을 썼다. 1980년대, 낯선 캐나다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 식료품점을 팔고 대륙을 횡단하던 아버지를 따라나섰던 그 소녀는, 자신이 읽던 책들처럼 금발 머리 백인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썼다. 그때만 해도 한국인의 이야기가, 우리 부모님의 그 투박한 손마디가 문학으로 이끌어 줄거라는 사실을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소녀는 이제 당당히 한국계 캐나다인의 정체성을 품은 작가가 되어 돌아왔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서 태어나 밴쿠버와 뉴욕을 거쳐 현재 캘거리에서 활동 중인 제인 박(Jane Park)의 데뷔 소설, "유산(Inheritance: A Novel)"(2026)은 그렇게 한 개인의 성장을 넘어 캐나다 한인 이민 사회의 거대한 역사를 복원해낸다.
이 책은 캐나다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긍지를 심어준다. 1980년대 앨버타의 시골 마을, 거친 바람이 부는 대평원 한복판에서 동양인 가족이 겪었을 외로움은 이제 제인 박이라는 작가의 손을 통해 영원히 기록될 문학적 자산이 되었다. 작가가 자신의 홈페이지(www.janepark.ca)에서 밝힌 것처럼, 이제 더 이상 백인 소녀의 이야기를 빌려 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얼굴과 우리의 이름, 우리의 사투리와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곧 세계가 읽는 이야기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UBC)에서 MFA 과정을 밟으며 다듬어진 그녀의 유려한 문체는, 이민자들의 삶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선망과 존경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