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세계에서 가장 다문화적인 도시로 꼽히는 캐나다 토론토의 거리는 수많은 이주민의 언어와 기억이 얽혀 있는 거대한 캔버스와 같다. 그 다채로운 도시의 표면 위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시각예술가 김지은(Jieun June Kim)은 유독 빛나고 따뜻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작품이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색채가 화려해서가 아니다. 그녀는 도시 개발의 논리 속에서 쉽게 지워지는 비가시적인 공간, 이를테면 철거를 앞둔 낡은 주택이나 시장 뒷골목의 쓰레기 배출 장소 같은 주변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누군가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갈 그 덧없는 장소들에 강렬한 색감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지나치는 곳'을 기어이 '머무르고 위로받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힘이 그녀의 작업에 깃들어 있다.
그녀의 벽화 속에는 유독 호랑이, 새, 행성, 우주 같은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한국 전통 민화의 화풍과 그 맥을 나란히 한다. 이러한 그녀의 작업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현대 도시를 품어 안는 네오 민화(Neo-Minhwa)'라고 부르고 싶다. 과거 한국의 민화가 평범한 백성들의 일상 속에서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복을 빌어주던 따뜻한 주술이었듯, 김지은의 벽화 역시 다문화 도시를 살아가는 소시민과 이민자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수호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에게 작가적 닉네임을 붙여준다면 '길 위의 다정한 호랑이'가 어떨까 싶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한국 문화에서 액운을 막아주는 영적이고 든든한 수호자다. 그녀는 ‘Horang Ink’라는 이름으로 타투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캔버스나 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피부 위에까지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와 호랑이처럼 든든한 수호의 그림을 새겨주는 그녀의 모습은, 차가운 도시 한복판에서 이웃들을 지키고 보듬는 한 마리의 다정하고 영험한 호랑이와 꼭 닮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