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이경민 작가에게 사진은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창이었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일상의 감정들을 기록하는 도구였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 캐나다 토론토에 자리 잡은 그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진’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의 영역을 과감히 넘어섰다. 그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기반으로 하되, 물질과 시간이라는 과정을 개입시켜 정체성과 기억, 그리고 구현된 지각을 탐구하는 작업을 펼쳤다. 그녀의 작품이 캐나다와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사용하는 매체의 독창성과 그것을 다루는 융합적인 방식에 있다. 그녀는 전통적인 사진 기법뿐만 아니라 시아노타입(청사진 기법), 촉각적 매체, 조각적 구조물, 그리고 언어로서의 점자(點字)를 통합해서 평면과 입체,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각과 촉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그녀의 작업은 사진 이미지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히 고정된 풍경을 담은 기록물이 아니다. 예를 들어 ‘Playground(놀이터)’ 시리즈에서 그녀는 디지털 적외선 영상, 다중 노출 등의 복합적인 과정을 활용했다. 그 결과, 익숙한 놀이터나 겨울 숲은 현실과 기억, 상상을 오가는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이미지로 변했다. 눈 덮인 흐린 날의 풍경은 시각적 경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형태가 존재와 사라짐 사이에 매달려 있는 듯한 대기 상태를 연출했다. 이는 우리의 기억이나 인식이 지닌 불확실성을 은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색채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감정과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했다. 물결치는 듯한 네온 색상은 내면의 잠재적 가능성을, 차분한 회색 바탕은 제약과 현실의 무게를 기록하였으며, 이 긴장 속에서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추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