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선배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낯선 땅에서 가장 큰 힘은 먼저 온 이들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연대입니다.
- 성공의 트로피보다 당신이 겪은 시행착오의 기록이 후배에게는 더 큰 나침반이다
-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밥그릇 싸움’ 대신 ‘밥상’을 차려주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
- 낯선 땅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화려한 통계가 아니라 먼저 온 이의 투박한 손길뿐
이민자의 첫 겨울은 유난히 춥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캐나다의 기온 탓만은 아닐 것이다. 익숙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불확실한 미래라는 허공에 발을 내디뎠을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한 공포. 그 누구든 담대한 마음을 먹고, 피어슨 공항에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남의 일 같았던 낯선 일을 마주한 캐나다의 하늘 아래서 모두는 그저 작고 초라한 이방인일 뿐이었다.
지금도 매일같이 수많은 뉴커머(Newcomer)들이 부푼 꿈과 두려움을 안고 이 땅을 밟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처음 마주하는 한인 사회의 풍경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술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온통 ‘누가 어디에 집을 사서 얼마나 벌었는지’, ‘누구 자식이 어느 명문대에 갔는지’에 대한 화려한 성공담뿐이다. 정착 초기의 막막함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희망이 되기보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꽂힌다. “나는 왜 저들처럼 되지 못할까”라는 자책은 이민 우울증의 씨앗이 된다.
이제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건네야 할 것은 빛나는 성공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었던 처절한 실패의 기록이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실패담의 아카이빙(Archiving)’이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가 파리만 날렸던 기억, 서툰 영어 때문에 억울하게 손해를 보았던 사연, 캐나다의 직장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해고 통지서를 받았던 그 부끄러운 순간들을 끄집어내어 이야기해야 한다. 확신하건대, 역사적으로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영웅의 동상이 아니라, 깨진 토기 조각처럼 날카로운 실패의 파편들이다.
캐나다 내 타민족들의 지혜를 훔쳐보자. 인도계(남아시아) 커뮤니티의 멘토링 문화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들은 물류나 트럭 운송업, 그리고 IT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비결은 ‘경쟁’이 아닌 ‘견인’에 있다. 먼저 자리 잡은 선배는 갓 도착한 후배를 잠재적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후배에게 운전면허 따는 법부터 루트 개척, 심지어 초기 자금 융통까지 알선하며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네가 성장해야 우리 커뮤니티의 파이가 커진다”는 믿음, 이것이 그들을 캐나다 경제의 주류로 밀어 올린 힘이다.
필리핀 커뮤니티의 사례도 놀랍다. 그들은 간호사나 케어기버(Caregiver) 분야에서 독보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들은 새로 온 이민자가 자격증 시험에 떨어지거나 취업에 실패했을 때, 그것을 개인의 무능으로 돌리지 않는다. 선배들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기출문제를 공유하며, 면접 노하우를 전수한다. 그들에게 멘토링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주말마다 모여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밥상 공동체’의 연장선이다. 그 따뜻한 연대가 있기에 필리핀 이민자들은 낯선 병원 복도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다.
유대인 사회는 더 조직적이다. 그들은 ‘실패’를 자산으로 관리한다. 비즈니스에 실패한 뉴커머를 위해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게마흐(Gemach)’ 제도는 물론이고, 각 직능별로 시니어들이 주니어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그들은 후배가 실패했을 때 “그러게 내가 뭐랬어”라고 비난하는 대신, “나도 30년 전에 똑같이 망해봤어. 그때 내가 어떻게 일어섰는지 알려줄게”라며 손을 내민다.
그 외에도 미국의 멕시칸 커뮤니티의 ‘멕시코 고향협회 구술사 프로젝트’(2016)도 사뭇 감동적이다. 멕시코 고향 마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고향 협회(HTAs)’를 통해 형성한 커뮤니티 역사를 구술 증언으로 기록한 프로젝트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반면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좁은 이민 사회에서 서로를 깎아내리고, 정보를 독점하며, 뉴커머를 이용 대상으로만 보는 ‘정글의 법칙’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캐나다는 원래 이런 곳이야,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차가운 방임이 ‘쿨한 조언’으로 포장되고 있지는 않은가. 이렇게 제안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공학 개론’이 아니라 ‘실패학 특강’이다. 한인회나 종교 단체, 각종 직능 단체들이 앞장서서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선배들이 자신의 흑역사를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털어놓는 토크 콘서트를 열자.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고, 유튜브로 공유하자. 그것이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걷는 뉴커머들에게 등대보다 더 밝은 빛이 될 것이다.
멘토링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보듬는 것이다. 선배가 30년 전에 흘렸던 눈물을 후배인 당신도 지금 흘리고 있음을, 그 아픔이 당신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과정이다. “힘내라”는 말보다 “나도 많이 힘들었다”는 고백이 더 큰 위로가 된다.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새로 온 치킨집 사장은 내 손님을 뺏어가는 적(敵)이 아니라, 함께 한식의 위상을 높일 동지다. 갓 취업한 후배는 내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은퇴한 뒤 이 사회를 지탱할 든든한 기둥이다. 누군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캐나다에 와서 공교육을 받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아이들이 흔들리지 않고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도와줬던 이웃들의 따뜻한 시선 덕분이었는데, 이제 우리가 그 빚을 갚을 차례가 되었다’고.
오늘 공항에 도착한 누군가에게, 혹은 첫 출근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사주자. 그리고 꼰대의 훈계 대신, 이민 선배라면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주자.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겪어보니, 그 실패가 결국 당신을 더 단단한 캐나다인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우리가 뒤에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통계청의 어떤 경제 지표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 한인 사회를 결속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Mexican Hometown Associations Oral History Project(멕시코 고향협회 구술사 프로젝트)(2016)
HTA는 멕시코 고향 마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 내에서 모금·문화 행사·고향 개발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 이들이 미국에서 고향 협회(HTAs)를 통해 형성한 커뮤니티 역사를 구술 증언으로 기록한 프로젝트로, 2016년경 그 리더 및 회원들의 구술사를 수집했다. 시카고·LA 등 주요 도시 멕시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터뷰하며, 정착 과정·상호부조·투표권 활동을 담았고, 디지털화되어 온라인 접근 가능하다.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되었으며, 관리자의 부분적 수정 및 검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