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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이민사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지만, 역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하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

  •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무대 뒤, 묵묵히 캐나다를 지탱해 온 ‘침묵의 거인’들을 위하여
  • 신문 1면의 영웅담보다 세탁소의 증기 냄새와 편의점의 밤샘 노동이 더 위대한 역사
  • 평범한 이웃의 삶이 기록되지 않는다면, 우리 이민사는 뿌리 없는 나무일 뿐

한인 사회의 무슨 무슨 기념식이나 행사장에 갈 때마다 목격하는 풍경이 있다.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은 단체장들, 성공했다는 사업가들, 그리고 주류 사회 진출에 성공했다는 정치 지망생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연단에 선다. 카메라는 그들의 웃음을 담고, 마이크는 그들의 성공담을 확성한다. 물론 그들의 성취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척박한 이민 땅에서 일가를 이룬 그들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은 자꾸만 그 화려한 무대 밖, 어둠 속에 머문다.

이민 온 지 20년이 지난 분들이면 그동안 만난 ‘진짜’ 코리안 캐네디언들은 신문 1면에 나오는 영웅들이 아님을 알고 있다. 진정한 영웅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도넛 반죽을 치대는 사람들이었고, 독한 드라이클리닝 용제 냄새를 온몸에 바른 채 다림질을 하는 세탁소 주인이었으며, 밤늦은 시간 취객을 상대하며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는 우리들의 이웃이었다. 오늘날 캐나다 한인 사회라는 거대한 숲을 이룬 것은, 듬성듬성 솟은 몇 그루의 거목이 아니라, 비바람을 견디며 땅을 단단히 움켜쥔 이 수많은 ‘보통의 풀뿌리’들이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위인들의 전기’로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이민사는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생활사(生活史)여야 맞다. 그 속에 진짜 시대의 공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 동포 사회는 ‘성공 신화’에 매몰되어, 평범한 다수의 삶을 기록하는 일에 인색하다. 세탁소와 편의점, 주유소와 식당을 운영하며 자녀를 키워낸 이야기는 그저 ‘고생담’ 정도로 치부되고, 빨리 잊고 싶은 과거로 취급받기 일쑤다.

캐나다 내 타민족의 사례를 보자. 그들은 자신들의 ‘노동’과 ‘평범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역사로 박제한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을 보라. 그들은 토론토의 지하철과 도로를 닦고, 벽돌을 쌓아 올린 자신들의 선조를 ‘건설 노동자’로서 당당히 기억한다. 우드브리지(Woodbridge)나 리틀 이탈리아에 가보면, 삽과 곡괭이를 든 노동자의 동상이 영웅처럼 서 있다. 그들은 유명한 정치가나 재벌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도시의 기반을 닦은 ‘보통의 아버지’들을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삼는다. 그 자부심이 있기에 이탈리아계 후손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단단하게 인식한다.

중국계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륙횡단철도(CP Rail) 건설에 동원되어 목숨을 바친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기념한다. 밴쿠버의 차이나타운에는 부유한 상인이 아니라, 세탁소를 운영하고 철도를 놓았던 가난한 이민자들의 삶을 재현한 박물관이 성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유대인들 또한 몬트리올의 의류 공장(Garment District)에서 재봉틀을 돌리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노동을 ‘슈마타(Shmatta, 헝겊 조각)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연구하고 기록한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자신들이 누리는 번영이 1%의 천재가 아닌, 99%의 성실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졌음을 말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1970년대 이민 가방 하나 들고 와서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1세대들의 삶은 ‘자녀 교육을 위한 희생’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버렸다. 그들이 겪은 노동의 고단함, 가게 문을 열며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 좁은 카운터 안에서 삭여야 했던 인종차별의 기억들은 제대로 된 기록 하나 없이 사라지고 있다. 시트콤《김씨네 편의점》이 인기를 끌었지만, 그것은 미디어에 의해 가공된 유쾌함일 뿐이다. 실제 현장에는 웃음보다 더 진한 눈물과,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의 애환이 널려 있다.

한 편의점 사장님은 365일 중 단 하루도 쉬지 않고 20년을 일했다. 그의 손은 거칠었고, 늘 피로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캐나다 경제의 실핏줄을 돌게 하는 역군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못 배워서 이런 일 한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새벽 2시에 불 켜진 편의점은 도시의 등대와 같고, 동네 어귀의 세탁소는 주민들의 품위를 지켜주는 필수적인 공간이다. 그들이야말로 캐나다 사회를 밑바닥에서부터 지탱해 온 ‘숨은 영웅’들이다. 이제 우리는 시선을 돌려야 한다. 소수의 성공한 기업가나 정치인이 배출된 것을 축하하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뜨겁게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조명해야 한다. 인류학적 가치는 희소성이 아니라 보편성에 있다. 100년 후의 후손들이 궁금해할 것은 2026년에 누가 한인회장이었는가가 아니다. 그들은 2026년의 한국인 이민자가 어떤 음식을 먹었고, 주말엔 어디서 무엇을 하며 놀았고, 좁은 가게 안에서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각 가정에 있는 낡은 장부, 손때 묻은 작업 도구, 가게 오픈 날 찍은 빛바랜 사진들을 모아야 한다. 이것들을 디지털로 아카이빙하여 ‘보통 사람들의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곳에는 연 매출 얼마를 달성했다는 성공담 대신, 강도 들어왔던 날 떨리는 마음으로 가게를 지켰던 이야기, 손님에게 서툰 영어로 건넸던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기록되어야 한다.

또한, 2세, 3세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이다. 부모 세대가 흘린 땀의 가치를, 그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쳐야 한다. “너는 공부 열심히 해서 편의점 하지 마라”가 아니라, “네 부모가 지킨 편의점이 너를 키웠고, 이 사회를 지탱했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캐나다라는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뿌리 내릴 수 있다.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예이츠는 "발로 밟지 않은 땅에서는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의 이민사는 구름 위를 걷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척박한 땅을 맨발로 밟고, 다지고, 일구어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탁소의 증기 속에, 편의점의 딸랑거리는 종소리 속에, 식당 주방의 달그락거리는 소음 속에 우리 역사의 진짜 멜로디가 숨 쉬고 있다.

나는 꿈꾼다. 먼 훗날 완성될 우리들의 이민사 박물관에는 가장 높은 자리에 화려한 트로피가 아닌, 30년 된 세탁소 다리미와 낡은 편의점 앞치마가 놓이기를. 그리고 그 앞을 지나는 후손들이 "이분들이 우리를 만들었다"며 경건하게 고개 숙이기를.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지만, 역사는 매일 아침 문을 열고 하루를 시작하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 그 평범한 위대함을 재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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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캐나다 CBC에서 2016~2021년에 방영된 시트콤으로,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캐나다인 김씨 가족의 유쾌한 일상을 그린다. 아빠, 엄마, 딸 자넷, 아들 정이 세대와 문화 차이 속에서 벌이는 에피소드가 핵심이며, 이민자 가정의 따뜻한 유머와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원작은 한국게 작가 최인섭(Ins Choi)의 동명 연극으로,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며 총 5시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되었으며, 관리자의 부분적 수정 및 검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