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침묵
세계가 먼저 주목한 한국 역사 미스터리
세계 문학계가 한국의 역사, 그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이고 엄혹했던 시기인 조선에 주목하고 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K-스릴러’라는 수식어만으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깊이를 지닌 작가, 한국계 캐나다인 준 허(June Hur, 허주은)가 있다. 그녀가 이룬 성취는 큰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도서관 사서 출신으로 방대한 사료를 섭렵한 그녀는 데뷔작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으로 2021년 미국 미스터리 작가 협회(MWA)가 수여하는 에드거 상(Edgar Award) 영 어덜트 부문 ‘최종 후보(Nominee)’에 올랐다. 이는 수상 못지않은 쾌거이며, 서구 문학계에 ‘조선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각인시킨 결정적 사건이었다.
소설의 배경은 1800년 한양. 정조의 승하와 순조의 즉위, 그리고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휘몰아치던 혼란의 시기다. 작가는 화려한 궁중 암투 대신, 가장 낮은 곳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택한다. 주인공 ‘설’은 열여섯 살의 관비이자 포도청의 다모(茶母)다. 다모는 양반집 규방을 수색하거나 여성 피의자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지만, 동시에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는, 역사에서 지워진 존재들이었다.
이야기는 한 귀족 여인이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설은 존경하는 포도청 종사관 ‘한’을 도와 수사에 뛰어든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단순한 치정이 아닌, 당시 조선 사회를 뒤흔들던 정치적 음모와 천주교 박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와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뼈의 침묵』은 철저하게 민초와 여성,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다 스러져간 이들의 ‘뼈’에 새겨진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다.
작가의 가장 큰 무기는 ‘상상력’ 이전에 ‘고증’이다. 토론토 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고 공립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그녀의 이력은 소설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그녀는 단순히 한복을 입히고 갓을 씌우는 오리엔탈리즘적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19세기 조선의 형법 체계, 천주교 신자들이 주고받던 은밀한 암호, 그리고 계급 사회의 숨 막히는 압박감을 치밀하게 재현해 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피 냄새’와 ‘향 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현장 묘사다. 작가는 이민 2세로서 자신이 느꼈던 ‘뿌리에 대한 갈증’과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주인공 설에게 투영했다. 설은 조선이라는 사회 안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 고아이며, 자신의 잃어버린 오빠와 과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는 작가가 서구 사회에서 자라며 느꼈던 소외감, 그리고 한국 역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작가에게 역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는 ‘무기’이자 ‘치유’의 도구인 셈이다.
타이틀 『뼈의 침묵』은 역설적이다. 죽은 자의 뼈는 침묵하지만, 그 침묵 속에 진실이 담겨 있다. 설은 시신의 흔적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다. 소설은 누가 범인인가(Whodunit)를 쫓는 전형적인 추리물의 구성을 따르면서도, 왜 그들이 죽어야 했는가(Whydunit)에 더 깊은 방점을 찍는다. 부패한 양반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약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주인공 ‘설’은 침묵을 깨고 진실을 외치기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조선 여성들의 연대와 주체성을 부각한다. 주인공 ‘설’은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시대를 거스르는 능동적인 탐정으로 성장한다. 이는 서구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줌과 동시에, 한국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준 허는 데뷔작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40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실종된 아버지와 소녀들을 추적하는 『사라진 소녀들의 숲(The Forest of Stolen Girls)』, 사도세자의 비극과 궁녀의 시선을 엮은 『붉은 궁전(The Red Palace)』 등은 모두 역사를 소재로 정교하게 엮어낸 작품들이다. 최근작 『늑대들 사이의 학(A Crane Among Wolves)』역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녀의 작품이 ABA(미국서적상협회) 인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포브스와 NPR 등 유력 매체의 찬사를 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녀가 그리는 조선은 신비롭기만 한 ‘낙원’이 아니다. 그곳은 피와 뼈, 눈물로 얼룩진 잔혹한 현실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정의를 잃지 않으려는 주인공들의 사투가 있기에, 독자들은 2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의 고통과 희망에 공감하게 된다.
『뼈의 침묵』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작가가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게 바치는 가장 뜨거운 연서(戀書)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여러분은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서늘함과 함께,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가진 힘이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이라는 타이틀로 번역되었으며, 작가정보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junehwrites로 찾아볼 수 있다.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되었으며, 관리자의 부분적 수정 및 검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