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서진 나라에 혀를 베였다
찢긴 혀로 다시 꿰매는 나라, 그 아릿한 봉합술
- 분단된 조국과 이민자의 삶, 그 이중의 상실을 혀끝의 고통으로 감각하다.
- 떠나온 자가 겪는 언어의 단절과 퀴어 정체성의 혼란을 봉합하는 어린 거장의 시선.
- 피 흘리는 입안에서 비로소 피어나는, 가장 아프고도 찬란한 사랑의 헌사.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혀를 움직인다. 밥을 먹고, 사랑을 속삭이고, 누군가를 저주하기 위해. 그러나 혀를 베이는 순간, 그 당연하던 일상은 끔찍한 형벌이 된다. 2025년 출간된 키오 리(Kyo Lee)의 첫 시집 『나는 부서진 나라에 혀를 베였다』는 제목부터 매우 감각적이다. 여기서 ‘혀’는 단순히 맛을 느끼는 신체 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말(Language)’이자 ‘자아(Self)’이며, 타인과 닿으려는 ‘욕망(Desire)’의 도구다.
시인은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사는 젊은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아직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시는 노련한 외과 의사의 칼날처럼 독자의 상처를 정확히 겨냥한다. 보통 어린 작가의 글은 치기 어린 감상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나 키오 리의 문장은 다르다. 그의 시에는 낯선 땅에 던져진 이방인의 당혹감과, 그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절박한 친밀감’으로 응축되어 있다. 유리 조각을 입에 물고 노래하는 듯한 위태로운 아름다움, 그것이 이 시집의 첫인상이다.
시집을 관통하는 ‘부서진 나라(Broken Country)’라는 말은 중의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남과 북으로 허리가 잘린 한반도의 비극을 상징한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이 표현은 이민자 가족이 겪는 내면의 붕괴를 가리킨다. 한국을 떠나왔으되 온전히 캐나다에도 섞이지 못하는 경계인들의 삶. 그곳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부서진 나라’다.
디아스포라(이주민) 1.5세 혹은 2세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번역될 수 없는 감정의 잔여물들이다. 부모 세대의 한국어와 자녀 세대의 영어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작가는 이 ‘번역의 실패’를 ‘혀를 베이는 고통’으로 환치한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 위해 한국어라는 모국어의 혀를 잘라내야 했거나, 혹은 낯선 문화의 칼날에 혀가 상처 입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이다.
여기에 ‘퀴어(Queer)’로서의 정체성이 더해지며 갈등은 증폭된다. 전통적인 한국의 가족관과 서구의 퀴어 정체성 사이의 충돌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키오 리는 이 불화를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물속에 잠긴 도시, 토끼, 뱀, 그리고 가톨릭의 성수와 같은 상징들을 끌어와 자신의 분열된 자아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의 시 속에서 혀는 잘려나갔지만, 역설적으로 그 상처에서 흐른 피가 시가 되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키오 리의 시가 보여주는 여정은 외부 세계와의 싸움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과의 화해 과정이다.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부서진 것들’(상실, 오리엔탈리즘, 종교적 기대의 붕괴)은 단순히 파괴적인 이미지로만 남지는 않는다. 그는 찢어진 혀를 가지고 다시 사랑을 말하려 한다. 작가는 상처를 봉합하는 실로 ‘언어’를 택했다. 잃어버린 한국의 기억과 현재의 퀴어적 삶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새로운 ‘자아의 옷’을 지어 입는 것이다.
평론가들이 그의 시를 두고 “파괴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기존의 낡은 관념을 부수고 그 위에 새로운 정의를 세우기 때문이다. 소녀 시절의 기억과 성장통, 그리고 가족이라는 굴레는 그에게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그를 시인으로 만든 자양분이었다. 그는 혀가 잘린 채로 침묵하는 대신, 피 섞인 침을 뱉어내며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이것은 저항이자, 가장 격렬한 형태의 기도다.
키오 리의 『나는 부서진 나라에 혀를 베였다』는 단순한 성장 기록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혹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잘라내고 버려야 했던 ‘나의 일부’에 대한 추도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부서진 나라에 살고 있지 않는가. 타인의 시선에 맞춰 내 진짜 목소리를 거세하고, 사회적 통념에 혀가 베인 채 살아가지 않는가. 이 젊은 시인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입속에 있는 혀는 온전하냐고. 혹시 안락함이라는 마취제에 취해, 혀가 잘려나간 줄도 모르고 웃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상처 없는 성장은 없다. 혀가 아프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가 아직 말하고 싶은 진심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키오 리가 건네는 이 ‘부드러운 토끼 고기’ 같은 시들이, 부서진 세상에서 혀를 다친 모든 이들에게 지혈제가 되기를 바란다. 비록 그 약이 상처에 닿을 때 몹시 쓰라릴지라도, 그것은 치유를 위한 필연적인 통증일 테니까.
마지막 시는 희망으로 끝난다. "당신의 손 안에서 피어나고 피를 흘린다." 피는 상처지만, 동시에 생명. 키오 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부서진 나라에서도 혀는 다시 말할 수 있어”
이 시집은 그런 약속이다. 읽고 나면 입안에 단맛이 남는다. 복숭아처럼, 여름 폭풍처럼.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되었으며, 관리자의 부분적 수정 및 검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