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네 편의점
리젠트 파크의 작은 가게, 그곳에 우리들의 찬란한 역사가 있다
- 토론토의 낡은 편의점을 캐나다 연극계의 전설로 만든 인스 최의 기적 같은 희곡
- 가게를 지키려는 아버지와 꿈을 좇는 자녀, 그 좁혀지지 않는 간격 속 피어나는 사랑
- 이민 가방 하나로 일궈낸 부모 세대의 헌신이 마침내 캐나다의 거대한 자부심이 되다
토론토 시내, 리젠트 파크(Regent Park)의 낡은 간판 아래 딸랑거리는 문소리가 들린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그곳, 바로 ‘김씨네 편의점’이다. 한국계 캐내디언 작가 인스 최(Ins Choi)가 쓴 이 희곡은 단순한 대본이 아니다. 이것은 낯선 땅 캐나다에 뿌리내리기 위해 청춘을 바친 우리 부모님들의 자서전이자, 그들의 그늘 아래서 정체성을 고민하며 자라난 1.5세들의 성장통을 기록한 역사서다. 이제는 CBC의 TV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그 시작점이 된 이 원작 희곡은 연기 전공자와 이민 문학 연구자들에게 필수적인 텍스트로 자리 잡으며 캐나다 문학의 정수로 인정받고 있다.
이 작품에 쏟아진 미디어와 비평가들의 찬사는 우리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이 작품을 두고 “현대 캐나다의 고전(A modern Canadian classic)”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한국 이민자의 이야기가 더 이상 소수 민족의 주변부 이야기가 아니라, 캐나다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서사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토론토 스타(Toronto Star)>는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완벽하게 독창적인 작품”이라며 별 다섯 개 만점을 부여했다. <나우 매거진(NOW Magazine)> 역시 “올해 최고의 연극”으로 꼽으며, 이 작품이 가진 진정성이 인종과 문화를 넘어선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고 극찬했다. 이러한 반응들은 우리 한인 사회가 캐나다 문화계의 중심에 당당히 서 있음을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고집불통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가장(家長), 아버지 김씨(Appa)가 있다. 그는 리젠트 파크가 고급화되면서 거액의 매수 제안을 받는다. 그 돈이면 평생 고생한 아내와 편안한 은퇴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김 씨는 거절한다. 그에게 편의점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은 자신의 땀과 눈물,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삶 그 자체인 ‘유산’이다. 그는 이 유산을 사진작가로 성장 중인 딸 재닛에게 물려주려 필사적이고도 우스꽝스러운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녀의 갈등은 우리네 식탁에서 흔히 벌어지는 말다툼처럼 생생하고 아프다.
여기에 16년 전 집을 나간 아들 정(Jung)의 이야기가 얽혀든다. 이제는 스스로 아버지가 된 정과, 남편 몰래 아들을 만나는 어머니. 과거의 쓰라린 기억과 단절된 관계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그리워한다. 작가는 이 콩가루 같은 집안의 갈등을 특유의 유머로 버무리면서도, 그 밑바닥에 흐르는 묵직한 가족애를 놓치지 않는다. 미디어들이 입을 모아 “깊은 감동을 준다”고 평한 이유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웃겨서가 아니라, 서로 상처 주면서도 결국 서로를 껴안을 수밖에 없는 가족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계 이민자의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주되, 그것을 ‘부끄러운 주변부’가 아니라 사랑과 유머, 갈등과 화해가 공존하는 한 가족의 보편적 이야기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가진다. 캐나다로 이민 온 한국인에게는 “당신의 부모 세대가 살아낸 방식, 당신의 억양과 고민, 가족의 이야기가 이 사회의 중심 무대에 설 수 있다”는 매우 구체적이고도 힘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희곡을 읽는 캐나다의 한인 1.5세와 부모님들은 커다란 긍지를 느껴도 좋다. 김 씨가 지키려 했던 편의점은 초라한 가게가 아니라,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부모님의 존엄성이었다. 그리고 그 희생을 딛고 자라난 재닛과 정, 그리고 작가 인스 최는 바로 우리 자녀들의 모습이다. 우리의 이야기가 책이 되고, 무대에 오르고, 전 세계인의 박수를 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토론토 거리 어딘가에 있을 당신만의 ‘김씨네 편의점’을 부끄러워하지 말기를. 그곳은 우리가 가장 치열하게 살아냈고, 사랑했던 위대한 역사의 현장이니까. 인스 최(최인섭)는 서울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와서 스카보로에서 성장한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연극연출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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