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에 지은 집
부모의 눈물이 보석이 되어 빛나는 순간
- 일제강점기의 어둠과 부산 대화재의 불길을 뚫고 캐나다에 뿌리 내린 한국 여인들의 위대한 생존 기록
- 재(Ashes) 속에서 일어서는 생명력을 통해 숭고한 예술로 승화시킨 이민 1세대의 침묵의 무게
- 한국계 2세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전하는, 우리 모두가 간직해야 할 자긍심과 화해의 서사시
비가 내리는 어느 오후, 창밖을 내다보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뜨거운 불길과 차가운 잿더미 위에서 지어진 것인지를. 오늘 전하고자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 '재' 속에서 피어난 희망에 관한 거라고 할 수 있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 작가 크리스티나 박(Christina Park)의 소설, "잿더미 위에 세운 집"(2015)은 우리 부모들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 모진 세월을 눈부시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복원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크리스티나 박은 참 독특하고 멋진 이력을 가졌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부한 재원이면서, 동시에 대형 투자운용사의 마케팅 부사장(VP)으로 일했던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그런데 뿌리를 들여다보면 더 놀라운데, 작가의 아버지는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한국 문학계의 거장 박상륭(1940-2017)선생이다. 아버지가 쓴 "죽음의 한 연구"가 영화 “유리”로 만들어져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그 예술적 유전자가 딸인 크리스티나에게로 흐른 셈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캐나다 문단에 당당히 알렸다.
소설의 주인공 나라 이(Nara Lee)의 삶은 곧 우리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다. 1919년 3·1운동의 함성 속에서 소녀 시절을 보낸 나라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노동 공장과 고아원을 전전하며 모진 고초를 겪는다. 특히 친구 민주가 '위안부'로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라의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는 죄책감과 침묵의 흉터가 남게 되는데, 해방의 기쁨도 잠시, 전쟁이 터지고 1953년 부산 대화재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도 나라는 그 뜨거운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1960년대, 낯선 땅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와 새로운 '집'을 짓게 된다.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때 캐나다의 미디어와 비평계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예지 "룸"(Room)과 "라이스페이퍼"(Ricepaper)는 이 소설을 두고 "느리게 타오르지만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데뷔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평론가들은 위안부 문제나 부산 대화재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한 여성의 내면과 신앙, 그리고 정서적 회복력이라는 렌즈를 통해 섬세하게 그려낸 점에 주목했다. 한 평론가는 "크리스티나 박은 역사의 잔인함 속에서도 개인이 어떻게 존엄성을 지키며 자신만의 '집'을 정의해나가는지를 시적인 문체로 증명해냈다"고 평하기도 했다.
우리가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유는, 주인공 나라의 모습 속에서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사는 이민 1세대, 우리 부모세대들은 늘 이야기한다. "다 지나간 일이다", "너희는 몰라도 된다"라고.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나라가 품었던 것과 같은 깊은 슬픔과, 자식을 위해 그 슬픔을 재로 덮어버린 강인한 사랑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 침묵을 대신 깨뜨려주었다고 볼 수 있다. 부모님의 침묵은 결코 비겁함이 아니라, 우리에게 탄탄한 '집'을 지어주기 위해 스스로가 거름이 된 숭고한 희생이었다는 걸 알게 만든 것이다.
작가는 소설 전반에 걸쳐 '집'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나라는 한국에서 수많은 집을 잃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집, 고아원, 전쟁 통의 천막, 그리고 불타버린 부산의 판잣집까지. 하지만 그녀가 밴쿠버에 도착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그 모든 재더미 속에서도 '삶의 기쁨'이라는 작은 승리들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지금 캐나다 땅을 딛고 서 있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와도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떤 시련을 겪었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일어선다면 그곳이 바로 진정한 '집'이 된다는 그런 메시지 말이다.
특히 크리스티나 박이 2세 작가로서 이런 깊이 있는 서사를 써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준다. 그녀는 밴쿠버와 몬트리올을 오가며 살았던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한(恨)을 캐나다적인 감수성으로 녹여냈다. 금융계의 고위 임원으로 활약하면서도 밤낮으로 펜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열정은, 우리 한국인들이 가진 그 특유의 '성실함'과 '독기'가 얼마나 멋진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증거이기도 하다. 미디어들이 이 소설에 주목한 건 단순히 역사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 역사를 견뎌낸 이민자의 '정신'이 보편적인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나라가 기독교 신앙을 통해 트라우마를 해석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은, 많은 이민 1세대 부모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낯선 땅에서 오직 믿음 하나로 버텨온 그분들의 시간들이 소설 속 문장 하나하나에 녹아 있으므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지은 집은 그냥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고통의 재를 섞어 만든 가장 단단한 요새’라고. 그래서 이 책은 우리 부모들에게는 "당신들의 삶은 승리였다"는 훈장을, 우리 2세대들에게는 "너희의 뿌리는 이토록 강인하다"는 긍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부모님의 침묵을 답답해하지 않아도 된다. 크리스티나 박이 그 침묵을 찬란한 문학의 언어로 번역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잿더미 위에서 피어난 꽃들인 셈이다. 우리 부모가 겪은 전쟁과 화재, 그리고 이주의 고통은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발판인 셈이다.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고 글로벌 기업의 부사장이 된 작가 크리스티나 박의 성공 뒤에는, 소설 속 나라처럼 재 속에서 다시 일어선 우리 조상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흐르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잿더미 위에 세운 집"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그건 우리 한인 이민자들이 캐나다 역사에 바치는 가장 뜨거운 고백이자,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존엄의 선언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재더미 위에서 자신만의 집을 짓고 있다. 그리고 그 집은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견고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재' 속에서도 다시 태어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니까. 이 자부심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당당하게 캐나다의 시민이자 한국인의 후예로서 당신의 길을 걸어가길 바랄 뿐이다.
(이 콘텐츠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성되었으며, 관리자의 부분적 수정 및 검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